연예기획사·의사 등
돈 빼내 유령회사
LA 등 고급콘도 구입
93개 업체·개인 대상
대대적 역외탈세 수사
한국에서 미국 등 해외 지역으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탈루하는 역외탈세범들이 대거 적발됐다. 한국 국세청의 이번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 사주 등은 물론 연예기획사 대표와 중견기업가, 의사, 교수, 연예인 등 다양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구체적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등 총 93명을 적발해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경우 70억원에 달하는 유명 한류스타의 해외 공연 수익을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빼돌리는 수법으로 탈세를 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이 연예기획사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한류 스타의 공연을 개최한 뒤 들어온 수입 70억원에 대해 법인세를 내지 않기 위해 사주 A씨가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법인 계좌로 송금해 은닉한 사실이 국세청 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국세청은 A씨의 연예기획사에 법인세 등 90억원을 추징하고 A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해외금융계좌에 대해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 A씨와 그의 연예기획사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이같은 역외탈세는 통상 조세 회피처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정상적인 조세국가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탈세범들은 조세회피처를 자금 세탁의 경유지로 이용하거나 현지 법인을 이용해 탈세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추적을 피했다.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이 법인에 거래대금을 가장한 생활비를 송금하는 ‘뻔뻔한’ 사례도 속출했다.
국내 한 법인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하는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이 법인과 해외 시장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매달 용역비 명목으로 일정액의 대금도 보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모두 가짜였다.
계약에 따른 거래대금은 해외에 장기 체류 중인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 현지 법인 명의의 크레딧카드도 자녀의 유학비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또 다른 기업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의 현지 법인에 제품을 저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그리고 유학 중인 자녀를 현지 법인의 직원으로 허위 채용한 뒤 체류비와 급여 형식으로 유학비용을 제공했다가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처럼 일부 한국 부유층의 해외 재산 반출과 역외탈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상당수의 건설회사 사주들이 베벌리힐스나 하와이 등지에 수백만 달러씩 하는 고급 콘도를 여러 채씩 보유하고 있고 최고급 골프장 멤버십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또 일부 연예기획사 사주들의 경우 미국에 저택과 빌딩, 와이너리 등을 보유하고 있거나 해외 거점 확보를 목적으로 대형 공연시설 투자를 추진하는 등 미국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도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정부 차원의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특히 해외로 빼돌린 자금의 주된 사용처 중 하나인 해외 호화생활비, 자녀 유학비와 관련된 정보 수집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세청이 지난해 조사한 역외탈세는 총 233건으로 추징세액만 1조3,192억원에 달한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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