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5.8.13.]


1945년 8월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한반도는 곧 혼돈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친일파는 이런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1949년 6월6일. 반민특위 조사관 정철용은 출근하자마자 괴한들의 공격을 받는다. 이들은 정철용의 팔을 꺾고 무기와 신분증을 빼앗았으며 소총 개머리판으로 정철용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쳤다. 정철용은 뒷마당으로 끌려 갔는데, 뒷마당엔 다른 반민특위 동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2015년 7월31일. 훗날 반민특위 습격사건으로 불리는 이 날의 사건을 떠올리다 김정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반민특위 위원장 김상덕의 아들이다. “반민특위 습격사건이 있기 전, 이 박사(이승만)가 우리 집에 은밀히 찾아왔었습니다.”
대통령 이승만과 반민특위 위원장 김상덕의 마지막 협상. 이 날의 아버지의 표정을 김정륙은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지는 ‘역청산’의 과정도.
친일파에게 독재자는 구원이었고 반대로 민주주의는 공포였다. 친일파가 독립운동 세력을 역청산하는 과정, 친독재파로 변신하는 과정, 그들이 만들어놓은 반역적 질서에 순응해 승승장구한 친일파의 후예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친일-친독재의 반.역.사를 조명한다.


구성·연출: 김도성 kds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