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뛰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하이힐을 신고 뛰어라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달려라!

언제부터 우리는 신발을 착용하게 되었을까?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신어온, 너무나도 당연하게 신게 된 ‘신발’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하는 책이 발간되었다. 바로 <맨발, 달리기가 즐거워진다>라는 책이다. 

맨발로 걷는 것도 아니고  달리기를 한다니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

매년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러너들 중 절반 이상이 달리기를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에 시달린다. 이 책의 저자, 켄 밥 색스톤과 로이 M. 월렉은 러너들의 부상 원인을 신발에 두고 있다. 두 저자가 입을 모아 주장하는 바는 ‘신발을 벗고 달려라’ 라는 것.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신발을 신지 않고 달린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맨발 달리기에 대해 다룬 책은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본 투 런]은 만성 관절염에 시달리던 저자가 신발을 벗어던진 후 몸 곳곳에서 그를 괴롭히던 통증에서 탈출하게 된 것을 적은 책이다. 그리고 그는 맨발 달리기의 전도사로 변모하게 된다. 

<맨발, 달리기가 즐거워진다>는 신발이 주는 환상에 대해 젖어 있는 우리에게 맨발 달리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발을 보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신발이 정말로 우리의 발을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점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부상 없는 달리기를 위해서라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밑창이 깔린 운동화가 아닌 맨발로 달리기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 것일까? 맨발로 달리면 오히려 발 부상이 적고 다리에 오는 충격이 감소된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리버만 박사는 스포츠로 인한 발부상의 해답을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뛰어 다니던 문명발달 이전에서 찾았다. 

인류는 맨발로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땅과 바위 위를 걷고 달렸다. 그 결과 오히려 자신의 몸무게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많은 맨발러너들은 맨발 달리기를 통해 그간 끊이지 않았던 부상은 물론, 관절염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환호한다. 

맨발 달리기, 뇌세포를 자극해 두뇌발달에 영향

맨발 달리기가 단지 몸의 건강만을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두뇌발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2011년 EBS의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일본의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을 담은 <마라톤 아이들>을 보자. 천재교육법으로 일본 전역에 화제를 일으킨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매일 아침 3km를 달린다. 그것도 맨발로 말이다. 

맨발로 달리는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맨발에 지면에 자극되는 순간, 뇌가 자극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두뇌발달과 암기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뇌를 발달시키려면 머리를 많이 써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유산소 운동으로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 뇌세포가 증가하는 것. 

세이시 유치원의 아이들은 3시간이나 걸리는 긴 연극대사를 암기해 낼 만큼 뛰어난 암기능력을 발휘한다. 이곳 아이들은 10년간 감기는 물론 천식, 아토피를 앓는 아이도 없었다고 한다. 

맨발로 달리게 되면 굳이 음악을 듣지 않아도 발이 땅을 느끼는 순간순간마다 환희가 차오른다. 

<맨발, 달리기가 즐거워진다>는 신발이 맨발의 기능뿐만 아니라 달리기의 즐거움까지 막아섰다고 지적한다.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우리는 언제부터 밑창에 두꺼운 쿠션이 들어간 신발을 신게 된 것일까? 실질적으로 발을 보호하고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신발들이 과학자들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그럴싸하게 보일까를 고민하는 신발 회사 마케팅팀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밑창이 두꺼운 신발, 특히 모 회사의 ‘에어’ 등의 쿠션이 들어간 신발이 등장한 이후 마라토너들의 부상이 늘어났다는 통계는 우리 발에 쿠션이 필요없음을 대변한다. 수십만 년의 진화과정을 통해 완벽히 땅에 적응한 맨발을 쿠션 신발을 신음으로 인해 오히려 퇴화시키고 만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신발 회사들이 앞다퉈 맨발에 가까운 운동화 베어풋 라인(barefoot line)을 출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은지?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었고 미국에서 맨발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보스턴 맨발 마라톤, 뉴욕 맨발 마라톤 등 수많은 맨발 마라톤이 성황리에 개최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잠잠한 편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맨발 달리기는 이제 소수 괴짜들만이 즐기는 운동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 채 밑창이 두꺼운 신발을 신고 헬스클럽이나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맨발 달리기가 부상을 이겨내고 기록을 높여주며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을 뿐만 아니라 즐겁기까지 한다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이 책대로라면 굳이 비싼 돈 줘가며 달리기용 신발을 사 산을 필요가 없다. 달리기에 가장 좋은 신발은 맨발이니까. 우리 몸은 그대로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