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끝이 없고 티도 안 나는 것이 집안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집안일은 생색내기도 힘들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간혹 부부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귀찮은 집안일을 서로 미루다가 부부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갈라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과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이혼 부부 중 약 25%가 집안일 분배 문제를 이혼 사유로 들었을 정도다. ‘그까짓 것 내가 하고 말지’ 말 하겠지만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온 뒤라면 말처럼 진공청소기를 쉽게 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까짓 것 아닌’ 집안일로 소중한 가정이 깨져서는 안되겠기에 여러 학자들이 방법을 모색했는데 해결책으로 ‘아웃소싱’(Outsourcing)이 제시됐다. 아웃소싱은 경영 용어로 기업이 업무 일부를 제 3의 업체에게 위탁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부부의 경우라면 집안일을 외부 업체 맡기는 것이 아웃소싱에 해당된다. 하버드 경영대와 브리티스 콜롬비아 대학은 아웃소싱과 부부 관계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약 3,000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시간을 덜어주는 서비스’(Timesaving Services)를 구매한 경우 배우자 또는 이성 상대와의 관계가 실제로 개선됐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는 직접 집안일을 하는데 시간을 뺏기는 대신 배우자와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이 밝혔다. 비용에 대한 부담은 ‘태스크 래빗’(Task Rabbit)과 같은 심부름 또는 아르바이트 업체 검색 앱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의 업체를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립 과학원 회보’(PNAS)에 소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2~3건 정도의 집안일을 아웃소싱하는데 약 100~200달러 정도를 지출했을 때 웰빙 지수와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아웃소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을 경우 비용 부담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만족감도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에 적절한 아웃소싱 비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웃소싱 의존도가 높을 경우 마치 자신이 무능한 것처럼 느끼기 쉽고 외부 업체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아지기 쉽다. 또 일부 업체의 서비스 질이 낮을 경우 비용을 낭비했다는 후회감 때문에 만족도가 반감되기도 한다고 연구팀이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캐나다, 덴마크, 네덜란드 등 4개 국가의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는데 미국인의 경우 약 절반가량이 요리, 쇼핑, 집안 관리 등을 아웃소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웃소싱 선택으로 행복감 개선 효과는 직장 내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스탠포드 의대가 소속 의사들이 동료의 빈자리를 채우거나 멘토 프로그램 또는 위원회에 참여한 의사에게 금전 보너스 대신 아웃소싱 상품권을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아웃소싱 상품권은 집안 청소 및 세탁 업체에서 발행한 상품권이나 논문 원고 수정 또는 웹사이트 디자인 등 업무 관련 상품권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실험에서 아웃소싱 상품권을 제공받은 의사들은 행복감과 만족감, 그리고 생산성까지 개선되는 효과를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기자-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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