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이민비자(EB-5)를 받으려는 중국인들의 신청이 폭주하는 가운데, 미 정부가 오는 10월1일까지 한시적으로 중국인들에게 EB-5의 발급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발급되는 EB-5비자의 85%가 이미 중국인들에게 돌아가자 미 정부가 당분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정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 이번 주 현재 EB-5는 중국인 투자자에게 발급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2015년 회계연도 시작일인 10월1일까지 계속된다고 전했다.

WSJ은 이는 EB-5의 올해 발급분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라며, 이 비자가 도입된 지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 시작된 EB-5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사업체에 50만달러(5억700만원) 이상을 투자해 1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인에게 매년 1만개의 EB-5를 할당해왔다.

이 비자를 받는 투자자와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미 영주권이 주어진다.

고용주나 미국 내 친척을 통해 영주권을 받을 때처럼 몇 년씩 기다리거나, 영주권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해할 필요가 없어 일종의 '패스트트랙'으로 여겨졌다.

EB-5는 초창기만 해도 미국 기업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때 '효자' 노릇을 했다.

EB-5로 조달된 투자금이 로스앤젤레스 매리어트호텔, 뉴욕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즈센터 건설사업 등을 가능케 하며 자금줄이 끊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EB-5는 2003년 65건만 발급됐으나 지난해 8천564건으로 늘어났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인도, 멕시코에서의 신청도 상당히 많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법적으로는 특정 국가에 대한 발급량은 연간 발급분의 7% 미만이다. 그러나 이에 못 미치면 국무부가 잔여분을 다른 국가로 돌릴 수 있다. 중국인이 지난해 80%, 올해 85%를 발급받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EB-5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내년 봄부터는 신청을 하더라도 비자발급까지 2년쯤 걸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B-5는 국무부가 발급하지만 그전에 미 이민국(USCIS)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USCIS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청건이 사상 최고로 많은 1만375건으로 집계됐다.

뉴욕의 한 비자전문 변호사는 "EB-5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투자하러 오는게 아니다"라며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또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 신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