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은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베르트 비어만(Albert Biermann·57)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22일 밝혔다.  

독일인인 비어만 부사장은 BMW의 고성능 모델 'M' 시리즈를 포함해 30년간 고성능 차를 개발해온 세계 최고 전문가다. 

현대차그룹이 기술 등의 핵심 분야에서 해외 경쟁업체의 고위직 외국인 임원을 영입한 것은 2006년 아우디·폴크스바겐에서 일하던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000270]의 최고 디자인책임자로 스카우트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비어만 부사장은 내년 4월 1일 자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고성능 차 담당 부사장직을 맡아 고성능차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주행과 안전·내구 성능, 소음진동, 차량시스템 개발 등도 총괄한다.  

1957년생인 비어만 부사장은 독일 아헨공대 기계공학 석사를 거쳐 1983년 BMW그룹에 입사한 뒤 고성능 차 주행 성능과 서스펜션 등의 개발을 담당했다.

최근 7년간은 BMW M연구소장을 맡아 'M' 시리즈와 각종 모터스포츠 참가 차량을 개발해왔다. 

비어만 부사장이 이끈 BMW M연구소는 BMW의 고성능차 개발과 모터스포츠 관련 사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업부로, BMW 전체 이익의 절반가량을 창출하는 핵심 사업부로 알려졌다. 

BMW측은 비어만 부사장이 현대차그룹으로의 이직을 위해 최근 퇴직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사회를 소집해 3월 31일을 퇴직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M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지만 실질적인 결재나 의사결정에는 물러나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비어만 부사장의 영입으로 양산차들의 주행 성능을 유럽의 최고급 자동차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고성능자동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계량화가 비교적 쉬운 내구품질이나 동력성능, 충돌안전 분야에서는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혀왔다. 그러나 운전자의 주관적 느낌이 반영되는 주행성능 부문에서는 여전히 유럽업체들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옥의 코스'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유럽 테스트센터를 완공하는 등 주행성능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장을 선도하려면 스티어링의 정교함과 매끄러운 성능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어만 부사장의 영입으로 주행감성 부분에서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양산차를 경주용차로 개조해 경기를 펼치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올해 다시 참가함으로써 고능성 관련 기술들을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남양연구소의 머리글자를 딴 고성능 모델 'N'을 출시할 계획이다.

고성능차 개발은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이 특히 관심을 쏟고 있다. 저가 소형차로 대표되는 현대차의 이미지를 바꾸고 유럽 경쟁업체들과 경쟁하려면 고성능 차량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2012년 상반기부터 WRC에 대한 재도전을 준비하고 독일에 모터스포츠 전담 법인을 설립하는 등 WRC 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비어만 부사장의 영입에도 정 부회장이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비어만 부사장이 유럽 시장에 대한 전문가인 만큼 유럽시장에 대한 상품전략과 마케팅 자문역할도 맡길 예정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57세)을 고성능차 개발 책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고 22일 밝혔다. 비어만은 최근 7년간 BMW M 연구소장(Head of Engineering for BMW M) 직을 담당해 왔다. (현대기아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