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의원 유포 이메일에 흑인의원들 분노
"가장 치욕적인 모욕...도저히 용서 못해"
파문 확산되자 "의미 잘못 전달됐다"사과
흑인의원들을 ‘원숭이’로 묘사한 한 통의 이메일이 앨라배마 정가를 흔들고 있다.
17일 앨라배마 주하원 의원들의 이메일 계정에는 린 그리어(공화•로저스빌) 주하원의원이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정치 심리학’ 이라는 주제 밑에 첨부된 이 이메일에는 우리에 갇힌 네 마리의 원숭이들이 줄에 연결된 바나나를 먹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리어 의원은 이메일 말미에서 흑인 의원들을 원숭이로 묘사하면서 “가끔 모든 원숭이들은 동시에 바꿀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원숭이들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메일 내용이 알려지자 의회 내 흑인의원들의 모임인 블랙 코카서스는 격분했다. 블랙 코카서스 의장인 존 나이트(민주•몽고메리) 주하원의원은 “지금껏 보아 온 것 중 가장 심한 인종차별적인 모욕이며 결코 용서할 수도, 받아 들일 수도 없다”며 분노했다. 존 로저스(민주•버밍햄) 주하원의원도 “내 생애 이런 모욕은 본 적이 없다”며서 강력한 대처를 요구했다. 블랙 코카서스는 18일 오후 모임을 갖고 공동 입장을 정리하는 한편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이메일 당사자인 그리어 의원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리어 의원은 18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진정으로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쁘게 얘기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사과했다. 이어 그는 별도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심리학과 관련돼 지난 수십년간 회자되는 사례를 인용했을 뿐”이라면서 “이 사례는 잡지와 교과서 그리고 언론 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선 이메일 마지막 문구에 대해서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할 것이 모든 현직 의원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리어 의원은 또 “문맥 전체가 아닌 일부 문구만으로 나의 순수한 정치적 의도가 훼손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어 의원의 사태는 이번 이메일 자체 논란뿐만 아니라 최근 제기된 선거구 재조정 이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앨라배마 정가는 보고 있다. 연방법원은 지난 주 9개의 주하원 선거구와 3개의 주상원 선거구가 특정 인종에 유리하게(게리맨더링) 책정됐다고 판결하면서 해당 선거수의 재조정을 명령했다. 하지만 선거구 재조정을 놓고 다수당인 공화당과 민주당 특히 블랙 코카서스 간에 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선거구 재조정을 놓고 공화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코카서스에 힘을 실어주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우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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