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몰두하는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불가사의함을 느낀다. 매 순간 피 말리는 긴장감과 가슴을 짓누르는 강박감에 휩싸인 선수의 얼굴이 어떻게 저렇게 편할 수 있단 말인가.
골프와 관련한 것을 빼곤 리디아 고의 외모는 영락없이 그 또래의 소녀 모습 그대로다. 여인의 향기를 풍기기엔 아직 어리고 화장도 소녀의 기준을 넘지 않았다. 클로즈업 된 TV화면을 보면 여드름도 송골송골 맺혔다.
무엇보다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중요한 샷을 하는 순간에도 그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경우는 없다. 가운데 입술이 약간 위로 솟아 반달 모양을 한 입모양과 늘 호기심에 찬 눈길은 처음 보는 소꿉장난감을 다루는 꿈 많고 해맑은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승리와 패배, 설욕과 분루, 상금이라는 어른들의 셈법과 시샘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리디아 고의 얼굴은 순진무구하기 이를 데 없다.
실수를 해도 불쾌하거나 아깝다는 표정 없이 담담하게 자리를 떠나고 멋진 샷으로 좋은 결과를 낸 뒤에도 그냥 덧니를 살짝 드러내며 미소를 지을 뿐 조용히 지나간다.
이런 담담한 일거수 일투족이 그러나 골프팬을 매혹시킨다. 어찌 17세 소녀가 저렇게 담담할 수 있고 태연할 수 있는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다시 한 번 리디아 고가 왜 타임이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해준다.
무적의 여왕으로 LPGA투어를 호령하다 전성기에 은퇴한 골프여제(女帝) 애니카 소렌스탐이 왜 리디아 고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앞장서 추천했는지 그 혜안이 존경스럽다.
소렌스탐은 현역 시절 ‘자신을 능가할 선수’로 딱 두 명을 지적했는데 그게 바로 미셸 위와 리디아 고다. 소렌스탐은 “미셸의 앞에는 위대한 미래가 있다. 그녀는 새로운 세대의 신호.”라고 말했다.
리디아 고에 대해서는 "그는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챔피언, LPGA 투어 아마추어 선수 최초 대회 2연패 등 여러 기록을 세우고 환상적인 성적을 거뒀다"며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탁월한 재능과 성숙미를 갖춰 골프팬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선수"라고 격찬했다.
리디아 고가 21일(한국시각) 미국 실베니아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코스에서 LPGA투어 마라톤클래식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라운드부터 선두권에 포진해 대선배들과 팽팽한 경쟁을 벌인 리디아 고는 선두에 2 타 뒤진 채 5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아 유소연(24), 미국의 맹장 그리스티 커, 말레이시아의 신예 탄 켈리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유소연에 한 타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리디아 고는 개인통산 LPGA 4승을 거뒀다. 아마추어이던 2012년 캐나디언 우먼스 오픈에서 역대 LPGA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운 뒤 2013년 캐나디언 여자오픈에서 2연패에 성공하고 올 4월에 열린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었다.
리디아 고는 이날 우승으로 LPGA 투어 사상 최연소(17세 2개월) 상금 100만 달러 돌파 기록도 세웠다. 그동안 이 기록은 18세7개월에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한 렉시 톰슨이 갖고 있었다.
최종 라운드라는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펼쳐 6개의 버디를 쓸어 담는 리디아 고 앞에는 그 누구도 적수가 될 수 없었다. 한국의 유소연과 LPGA의 노장 로라 디아즈(39), 크리스티 커(37),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신데렐라가 된 모 마틴, 스웨덴의 퍼닐라 린드버그, 남아공의 리 안 페이스 등이 위협했으나 실패했다.
리디아 고의 앞날에 어떤 새로운 골프역사가 펼쳐질 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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