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반대 사업, 실무자가 국정원 출신 통해 예산 따와” [경향신문 2014.12.25.]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ㆍ남궁민 전 KTL 원장 주장
ㆍ기재부 등에 거액 요청 확인
ㆍ“공금 횡령자가 사업 책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중소기업 글로벌 정보제공’ 사업은 지난 6월 입찰 단계부터 내부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당시 남궁민 KTL 원장은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국가 예산 사업이라 시험원은 손해볼 게 없다는 이유로 강행됐다. 사업을 주도한 중소기업인증지원센터 정모 본부장은 당시 공금횡령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남궁 원장이 KTL을 떠난 후 감봉 3개월 처분만 받고 현재도 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남궁 전 원장은 2012·2013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불복했다가 2년 연속 D등급을 받고 면직조치됐다.


남궁 전 원장은 24일 전화통화에서 “해외정보망이 전무한 KTL에서 그렇게 큰 예산으로 글로벌정보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금횡령으로 자르라고 했던 사람이 아직도 사업 책임자라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확인 결과 이 사업은 올해 1차 연도에 전체 예산 15억원이 배정됐지만,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엔 49억원을 신청했고 내년부터는 100억원대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궁 전 원장은 “내가 워낙 강하게 반대하자 (정 본부장이 속해 있는) 센터 총책임자가 ‘정 본부장이 국정원 퇴직 직원을 통해 기획재정부로부터 15억원의 예산을 따왔으니 일단 연말까지 시범사업으로 밀어줘 보자’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남궁 전 원장 발언에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다. 그는 “내가 국정원 직원을 알 리도 없고 정보제공 사업은 기획재정부에서 사업 예산을 배정한 게 아니라 내부 예산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KTL이 기관수지차 예산(출연금)으로 25억원을 요구해 19억원을 내려보냈을 뿐 글로벌정보 사업에 별도 예산을 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궁 전 원장은 “기재부에서 예산이 내려오지 않았다면 내가 그 사업을 하게 놔둘 리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정 본부장이 정부에 거액의 예산을 요청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 본부장이 정보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요청해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도 “정 본부장이 지난해 6월 말 찾아와 49억원의 사업예산 배정을 요구한 적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과 함께 KTL 별관 사무실에서 근무한 직원들도 “같이 일했던 한 분이 ‘기재부와 산업부가 처음에 반대했지만 청와대까지 인맥을 동원해 예산을 집행하도록 했다’고 자랑삼아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KTL 본사 직원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는 ‘직영보다는 위탁으로 (이 정보) 사업을 진행하는 게 돈을 나눠먹기 편하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미래에 받을 KTL 직원 1명당 5억원씩 리베이트 액수가 언급돼 참석자들이 박수치며 환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202&artid=20141225060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