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시험원 ‘검은 거래’ 수사 미루는 검찰 [경향신문 2015.2.10.]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ㆍ내부고발·증거물 확보… 감사원은 감사신청 독촉했다 돌변
ㆍ“작업과정이나 쓰던 암호는 ‘국정원 댓글알바 조직’ 연상”


검찰과 감사원이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글로벌 기술정보’ 용역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고발과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미적거리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KTL이 지난해 7월 발주한 이 용역은 처음부터 1차 연도 15억원, 2년차 43억원, 3년차 4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4년차부터 유료서비스로 전환해 2019년에 140억원의 수입을 창출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었다. 자칫 방치하면 대형 비리로 발전할 수도 있는 용역이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 최모(34)·김모(35)씨의 내부고발을 통해 KTL 직원과 용역업체 간 ‘검은 거래’ 정황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물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범죄 단서가 포착되지 않았다”며 수사 착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엉터리 제안서를 제출한 1차 용역사업은 해를 넘겨 지난달 12일 완료됐고, 관련자들이 흩어지고 컴퓨터에 보관된 증거기록도 상당부분 없어졌다. 내부고발자 두 사람이 감사원을 찾아간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처음에 자료를 보여줄 때만 해도 ‘빨리 감사를 신청하라’고 독촉하던 감사원 직원이 며칠 후 ‘감사 청구를 하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을 해왔다”고 말했다.


검찰과 감사원은 조사를 안 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남궁민 전 KTL 원장은 지난해 12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원장으로 있을 때 사업타당성에 워낙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자 실무직원들이 ‘전직 국정원 직원을 통해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15억원의 예산을 따왔으니 시범사업으로 밀어주자’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경향신문에 ‘남궁 전 원장을 소개해 달라’고 했던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과 정모 팀장은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KTL 별관에서 5개월간 용역 작업을 수행했던 최씨와 김씨는 “용역을 책임진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민모씨(46)와 그의 팀원들이 사무실에서 쓴 정보 관련 용어들이 대부분 국정원에서 사용하던 암호들이었다”며 “민 소장은 도청과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2G폰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사·정보를 검색해 서버에 올리는 작업 과정도 신문에 보도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알바 조직’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많았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민씨는 “우리가 수행한 용역은 80개국 언어로 267개국의 기업정보를 다루고 있고 보고서만 2000페이지가 넘는다”며 “댓글 알바조직으로 할 수 있는 용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301&artid=20150210060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