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번역기로 날림 정보… 예산 9억” [경향신문 2014.12.25.]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ㆍ산업기술시험원 ‘중기 글로벌 정보지원사업’ 엉터리 의혹
ㆍ인턴 퇴사자 “최저임금도 못 받고 사기극에 휘말린 느낌”


 “구글(Google) 번역기 돌려 만든 콘텐츠를 대단한 정보처럼 포장해 서버에 올리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발주한 ‘중소기업 글로벌기술정보지원사업’의 인턴 사원으로 6개월간 근무하다 지난 9월 퇴사한 최모(34)·김모(35)씨는 24일 “이런 엉터리 사업에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8억9000만원이나 쏟아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고 5개월간 거대한 ‘사기극’에 휘말려 엉터리 정보만 생산하다 나온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경향신문이 확인한 결과 KTL 정보사업팀에서 ‘중소기업 맞춤형’이라며 서버에 올려놓고 있는 해외정보는 구글 번역문을 그대로 옮겨 어법이나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비문투성이였다. ‘중산층이 이전에 생각보다 작은 제안합니다.’ ‘또 다른 1000억루블은 발전을 부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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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용역계약을 맺은 ㄱ미디어가 지난 7월부터 생산해 중소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는 해외정보 화면 일부. 러시아 기사를 구글 번역기로 번역한 정보에서는 ‘여기에 최종 버전이 다음주에 준비를해야합니다’라는 식의 비문이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말 해외정보를 생산한 ㄱ미디어에 수습기자로 채용됐다고 밝혔다. KTL이 7월 수의계약을 통해 용역사업자로 선정되기 3개월 전이다. 면접은 ㄱ미디어 부국장인 ㄴ씨와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ㄷ씨가 진행했다. 채용된 다음날부터 두 사람은 KTL 별관에 있는 사무실에서 해외 기업정보 생산 업무에 투입됐다.


이들은 “ㄴ부국장이 면접 중에 정부 사업만 수주하면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가능하니 6개월만 참으라고 해 최저임금도 안되는 임금(월 120만원)을 받고 하루 9시간씩,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는 두 사람과 ㄷ소장 팀에 속해 있는 6명, 서버 구축을 하는 ㄹ사의 직원 4명 등 12명이 근무했다. 모든 사업은 KTL 본사 중소기업인증지원센터 정모 본부장이 사무실에 상주하며 총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는 의구심으로 쌓여갔다고 했다.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해외 기사를 직접 번역·분석하는 사람은 사실상 우리 2명뿐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콘텐츠 생산보다는 주로 통장을 갖고 분주히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인건비를 부풀리기 위한 유령직원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서버의 정보 생산자에는 생전 처음 보는 이름들이 등록돼 있는 경우도 많았다”며 “서버 구축과 프로그램 개발 임무가 맡겨진 직원 중 1명은 골프 선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KTL을 불법파견과 최저임금 위반 혐의로 노동청에 고소했다.


KTL 정보사업을 둘러싼 의문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향신문이 확인한 결과 KTL은 ㄱ미디어와 해외정보를 생산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용역에 참여하는 인력의 숫자나 경력사항을 제안서에 제출토록 한 의무도 면제해줬다. KTL의 정 본부장은 “예산이 충분치 않아 용역 수행에 필요한 인원 수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용역 결과물을 보고 사후에 인력 투입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로 했다”며 “현재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ㄱ미디어 대표인 박모씨는 정보 함량이 부족한 것을 의식한 듯 “현재 서버에 올라오는 기사들은 테스트(시험)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202&artid=2014122506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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