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1일 DS(부품)·IM(IT·모바일)·CE(소비자가전) 세 사업 부문장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권오현 부회장의 퇴임에도 후임 부회장 인사가 없어, 삼성전자는 전례없이 ‘3인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운영하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3인 CEO의 평균 연령이 60대에서 50대로 낮아져 세대교체 인사라 부를 만하다. 동시에 3인 CEO는 모두 수십 년간 각 사업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 유력 후보로 꼽혀 왔던 만큼 세대교체와 조직안정을 동시에 선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직의 틀을 흔들지 않고 기존 3개 부문장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김기남·김현석·고동진 경영 전면에
삼성전자는 이날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 부문장에 김기남(59) 사장, CE 부문장에 김현석(56) VD(영상 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 IM 부문장에 고동진(56) 무선사업부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권오현 부회장의 뒤를 이어 DS 부문장으로 발탁된 김기남 사장은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전문성을 쌓아 왔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권 부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돼 왔다.
윤부근 사장 후임으로 CE부문을 이끌게 된 김현석 사장은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 분야의 개발 전문가다. 그는 삼성전자가 무려 11년 연속 세계 TV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6년부터 삼성 스마트폰 공개 행사(언팩)를 진행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고동진 사장은 이날 신종균 사장 후임으로 선임되며 명실상부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원톱’으로 올라섰다. 고 사장은 무선사업부 개발실 팀장과 실장 등을 지내며 ‘갤럭시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사업을 정상화해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사람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이사회 사내이사로 선임될 계획이다.
■ 삼성의 ‘얼굴’ 역할은 누가 하나
세 명의 신임 부문장은 모두 50대로, 평균 연령이 기존 63.3세에서 57세로 6살 낮아졌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영 환경과 기술 동향에 빠르게 적응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나이는 젊지만 각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힌다는 것도 신임 부문장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공학도 출신의 개발자들로, 오랜 기간 삼성전자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특히 세 사람 모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본격화한 2014년 이후 부문장 바로 아래인 사업부장으로 선임돼 이재용 부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김기남 사장이 신임 부문장 중 가장 선임이라 부회장 직함을 달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승진이 이뤄지진 않았다. 내년에 권 부회장이 퇴임하면 삼성전자 부회장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 한 명만 남는다.
■ 이사회 의장 내정된 이상훈 사장 역할은
이날로 CE 부문장과 IM 부문장직을 내려놓은 윤부근, 신종균 사장은 “삼성의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함께 해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는 퇴임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은 권오현 부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힌 직후 후진 양성을 위해 뜻을 같이하기로 결심했고, 직접 후임자를 이사회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장과 함께 2012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을 맡아온 이상훈 사장도 이날 사퇴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사외이사들로부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추천됐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내년 3월부터 의장(사내이사)으로 남아 이재용 부회장이 그리던 ‘이사회 중심 경영’의 초석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삼성전자 CFO에는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의 복귀도 점쳐진다. 지난 2월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동반책임을 지고 퇴사한 정 전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로 꼽힌다. 정 전 사장은 미전실에 가기 전 삼성전자에서 경영관리그룹장(상무)과 무선지원팀장(전무) 등을 역임한 재무전문가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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