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외도의 주원인은 모험 “아내에 상처줄까봐 거짓말” 아내이자 엄마 역할 유부녀 현실 탈출구로 불륜 찾기도>
<서로 양해 하 바람 피우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로 여겨 혼외정사까지 솔직한 대화가 부부관계에 도움되지 않을까>
모든 부부는 서로만을 영원히 사랑하기로 약속하고 결혼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노라면 젊은 시절의 정열도 사라지고 잠자리도 뜸해지면서 데면데면한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한쪽이 바람이라도 나면 평지풍파가 일어나 파탄에 이르기도 하고, 봉합이 되더라도 서로 간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뉴욕타임스의 ‘모던 러브’ 섹션에 기고하는 작가 카린 존스(Karin Jones)는 많은 부부의 근본 문제는 섹스라고 보고, 남편과 아내가 혼외정사까지도 솔직하고 기탄없이 대화를 나눈다면 오히려 부부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용의 칼럼을 지난 주 게재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그의 스토리를 요약해본다.
유부남들과 했던 연애를 합리화시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과의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 남편과 아내들은 정기적으로 자동차 타이어를 점검하듯 서로의 성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전 런던에 살 때 기혼남 몇 사람과 데이트한 적이 있다. 막 이혼하고 난 때라 허전했던 시기였고, 특별히 기혼자를 찾은건 아니었지만 데이팅 사이트 두 곳에 프로필을 올리면서 조건없이 자유로운 만남을 원한다고 썼더니 수많은 싱글남과 유부남들이 연락을 해왔다.
특별한 연인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던 터라 그런 면에서 유부남 쪽이 편했다. 부양해야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유부남들은 필요 이상으로 빠져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가정을 떠날 의사가 전혀 없는 남자들을 세심하게 선택해서 만났다. 그중 두 명은 아내가 장애자가 되어 성생활을 할 수 없게 됐지만 아내에게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
또 한 남자는 아내가 이제 부부생활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서 남편에게 은근히 연애하도록 부추긴 케이스였다. 그들 사이에는 그동안 쌓아온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각자 원하는 것을 해도 좋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또한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 걸 더 좋아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그게 되지 않아서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평생 한 사람의 파트너하고만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건 사실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여자는 폐경기에 이르면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져 성욕도 시들어버리게 된다. 남자들은 그렇게 급진적인 변화를 겪지 않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 불균형이 나타나게 되고, 이런 문제는 점점 커질수록 부담스럽고 수치스럽기도 해서 대화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여자들은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른 종류의 사랑을 열망하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니 혼외정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불륜을 시작하는 사람이 대부분 남자라는 건 옛날 얘기다 지금은 남자와 여자가 거의 비슷하다는 통계도 본 적이 있다.
에스더 페렐의 책(‘State of Affairs’)에도 나와 있듯이 많은 유부녀에게 혼외정사는 ‘아내이며 엄마로서의 의무’에서 해방되고픈 탈출구다. 남편과의 섹스는 의무요, 불륜은 모험인 것이다. 한편 유부남들의 입장에서는 의무적인 섹스가 그다지 불편한 것도 아니고, 모험하고픈 마음이 혼외정사의 주된 이유도 아니다.
나와 데이트했던 한 남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내에게 솔직히 “당신과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즐거운 섹스도 하고 싶으니 가끔씩 외도해도 될까?”라고 물어본다면 어떻겠냐고. 그랬더니 “그런 말을 한다면 아내는 아마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면서 “상처주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상처주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을 뿐 거짓말하는 건 아니며, 말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했다.
살다보면 한 사람의 배우자에게만 만족하지 못하지만 헤어지고 싶지는 않고, 좀더 활기찬 성생활을 갖기 위해 서로 양해 하에 바람을 피운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 나의 의견이었는데 상대방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는 듯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마 그의 태도가 모든 남자를 대변하는 것일 것이다.
죄의식과 후회와 두려움으로 점철된 불륜이란 이슈를 내가 너무 실용적으로 접근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우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없다면,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지 않는 한 다른 데서 그 필요를 채우도록 하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은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사람인 배우자에게서 친밀한 접촉을 얻을 수 없다면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결혼을 깨버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 남자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느낀 것은 그는 섹스가 아니라 애정에 목말라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내와 가까이하고 싶어도 둘 사이의 근본 문제인 ‘섹스리스 부부생활’이 가로막혀 있어서 불가능하고, 그 때문에 더욱 부부 사이가 벌어지면서 육체적 접촉마저 없어져 버렸다.
모든 부부는 서로를 원하는 시기와 원치 않는 시기를 거치며 살아간다.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여자가 모두 육체적 욕구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는 훨씬 더 복잡한 동물이다. 남자는 알약 하나만으로도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여자는 의학적 방법으로 성욕을 자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부일처제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아무리 어려운 이야기라 해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섹스 없는 결혼생활은 요즘 세상에 흔한 일이고, 부끄럽거나 비밀로 해야할 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혼외정사가 반드시 결혼을 파탄으로 이끄는 원인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일이 있거나 그러고 싶을 때가 부부생활에 관해 중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남자들은 아내를 위해서 비밀리에 외도한다고 주장하지만,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은 결코 아내를 위한 것이 아니고 결국 파국으로 이끄는 원인이 된다.
어쩌면 남자들이 직면하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아내가 자신과 더 이상 사랑을 나누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닐까? 그 보다는 데이팅 사이트에 등록하는 것이 더 쉬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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