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

“미투로 유명해지려 하나…” 동료 음악인 말에 충격

폭로 후에도 피해자들 고통, 주위의 차가운 시선에 더해

by admin posted Mar 14,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연기 지도 등 명목으로 포장, ‘성개방이 예술’ 최면 걸기도

‘당신은 잔다르크가 아냐.’ 가수 A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미투(#Me Too)’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당신 만의 생각’이란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알고 지내던 후배 남성 음악인. A씨가 드라마 ‘수사반장’ 주제곡 타악 연주로 유명한 드러머 류복성의 성추행을 폭로한 뒤 당한 비아냥이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미투 후 자신의 평판이 궁금해졌다. 후배에 전화를 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니?”라고 물었더니 “무서워하죠”란 답이 돌아왔다.

“업계를 떠날 각오로 미투 운동에 동참했지만” ‘쟤 뮤지션 (성추행) 폭로 했잖아’ ‘미투로 유명세 얻으려 발악하네’란 얘기가 들릴 땐 억울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은 약과다. A씨는 지난 9일 인터뷰가 끝난 직후 문자를 보내왔다. ‘모텔에 절 데려간 (또 다른) 가해자가 저를 고소했다고 연락이 왔네요.’ 국내 형법은 거짓뿐 아니라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도 죄로 인정한다. 

딸을 유아원에 보낸 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A씨는 “후배가 성추행을 당해 너무 수치스럽다며 울면서 전화해 미투에 나섰다”고 했다. 신인 때 같은 음악인에게 당했던 악몽이 떠올라서다.

악습을 끊고자 냈던 용기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A씨의 가슴에 꽂혔다. 명예훼손죄가 그가 지목한 가해자의 무기가 됐다. 피아니스트 B씨도 한 드러머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뒤 명예훼손으로 최근 고소당했다. 

B씨가 미투 후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피소 소식 보다 “너 성인인데 왜 거절을 못 해”란 얘기를 들을 때였다. B씨는 “옛날부터 ‘꽃뱀’이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데다 왜 거절을 못 했냐는 비난까지 들어야 해 하루하루가 버겁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B씨는 자학까지 하게 됐다.

■증거 확보 위해 2차 피해도 감수

문화계 성추행 피해자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자신들의 미투가 불륜이나 성추문으로 치부될 때였다. 김기덕 감독이나 이윤택 연극연출가처럼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지 않은 이들이 가해자로 지목될 때 의심은 쏟아진다. 이들이 무슨 힘이 있어 권력을 앞세워 여성을 제압했겠느냐는 미투 음모론이 나올 때 피해자들은 절망했다. 

신인들에게는 누군가가 업계에 터를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A씨가 류복성의 추행을 견뎠던 건 신인 가수로서 무대에 설 기회를 아예 잃을까 봐 우려돼서였다. 류복성의 추행을 공론화해 공연팀의 분위기를 망치면 배척 당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다.


성추행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미투 폭로자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유명 드러머 남궁연에게 ‘연습실에서 옷을 벗고 가슴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한 한 소리꾼은 미투 후 큰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며 남궁연 최측근과의 전화통화까지 했다. 

성범죄는 은밀하게 이뤄져 입증이 어렵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협박 당한 사실 등을 직접 입증해야 법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에서 명예훼손죄 처벌 대상에서 성폭력 피해 폭로를 제외하는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이유다.

■예술을 빙자한 성추행의 노골성

앨범을 내기 위해 녹음을 부탁하러 갔더니 “좋은 녹음이 되려면 연주뿐 아니라 몸도 하나가 되어야 잘 나온다”(피아니스트 B씨)고 해 정말 당황했지만, 농담인 척 받아들여야 했다.

“발성을 위해서라며 이윤택 연출가가 내 뒤에서 양손으로 명치부터 가슴을 둥그렇게 문지를 땐”(연극 배우 C씨) 끔찍했다. 오디션을 위해 김기덕 감독을 한 카페에서 만났더니 “너의 몸을 확인할 수 있느냐고 해”(배우 D씨) 업계를 떠났다.

문화계 미투는 다른 분야의 피해 사례와 결이 다르다. 피해자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위계에서 비롯된 성추행이란 점은 다른 분야와 비슷하지만, 문화계에선 성추행 과정에 예술이 교묘하게 섞인다. 성폭력은 발성이나 연기 지도 등의 명목으로 포장됐다. 

때론 더 나은 창작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까지 미화됐다. 예술의 팔레트가 되어야 할 몸은 예술이란 이름으로 더럽혀졌다.

성추행이 ‘예술을 위해’란 핑계로 저질러지다 보니 수위는 높았고, 힘을 지닌 사람의 요구는 노골적이었다. 

보고서 잘 쓰는 법을 미끼로 부하직원을 성추행하려는 상사가 있을 수 있을까. 다른 분야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문화계 성추행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미투 운동으로 추악함이 상세히 폭로됐다.

■‘성개방=예술’이란 최면

이윤택 연출가는 자신이 이끌던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자행된 성추행이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행”이라고 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건 집단적인 최면 없이 불가능하다. ‘금기를 뛰어넘는 성개방이 예술’이라는 착각이 집단 최면을 불렀다. “1960~70년대 성해방 운동을 비판 없이 수용”(이택광 경희대 교수)한 결과다.

‘성개방=예술’이란 신화는 여성 폭력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2001)를 비롯해 ‘브이아이피’(2017)까지 영화계에선 여성 혐오 담론이 끊이지 않았다. 

Mnet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블랙넛은 “솔직히 난 (가수) 키디비 사진보고 X쳐봤지”(‘인디고 차일드’ㆍ2016), “이번엔 키디비 아냐 줘도 안 X먹어”(‘투 리얼’ㆍ2017) 등의 성폭력에 가까운 랩을 쏟아낸다. “너넨 이런 말 못 하지 늘 숨기려고만 하지”(‘인디고 차일드)라며 과시하는 듯한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여성을 향한 무자비한 랩이 저항의 예술이라는, 그의 기괴한 믿음이 엿보여서다. 

성폭력적 내용이 담긴 이 곡들은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성폭력에 업계가 무감각하다는 뜻이다. 이 곡들이 공개된 뒤 키디비는 대인기피증이 심해졌고, 천주교성폭력상담소의 도움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영화계 여성 86% 성평등 비관

여성을 향해 성폭력적 언행을 한 가해자를 감싸고 도는 업계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이윤택 연출가의 숱한 성추행을 묵인하며 공연을 제작했고, 케이블채널 tvN은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들”이란 여성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장동민을 아무런 제재 없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마다 배우와 성폭력 문제로 갈등을 빚었음에도 그와 함께했던 스태프들은 권력 앞에 침묵했다.

“수많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했던 이윤택 연출가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찬조 연설을 했다.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아니다. 탁현민 행정관 등이 여전히 사회 권력 계층인 현실이 더해져서 이 연출가 같은 남성이 여성을 손쉽게 착취하고 존경을 받는 일이 가능했다”(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감독).

성폭력적 언행을 한 가해자대신 현장을 떠나야 하는 건 늘 피해자였다. 배우 문소리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모두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였거나 암묵적 동조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가족이 상처 받을까 걱정하면서도 업계 변화를 위해 여러 음악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가수 A씨는 미투 후 무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남성 음악인들은 피해 볼 일이 없잖아요. 여태 가해자들의 성추문을 듣고 성희롱을 보면서도 그들과 함께 해왔고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며 연주 혹은 노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을테니까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죠. 미투 후 과연 남성들이 여성들과 함께 가해자 처벌을 위한 공동 연대에 나설까요?”

영화진흥위원회, 여성영화인모임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감독ㆍ배우ㆍ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74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성폭력ㆍ성희롱 실태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86.5%는 미투 후에도 성평등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양승준 기자>
 

 

?

  1. No Image

    한국 국적이탈, 금년 3배 급증

    올들어 한국 국적을 이탈한 복수국적 미 시민권자의 수가 급증해 지난해 전체 이탈자수의 무려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올 1월...
    Date2018.05.09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2. 대한민국 여권, 32년 만에 녹색옷 벗는다

    대한민국 여권이 32년 만에 녹색 옷을 벗고 청색으로 갈아입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가 2020년 도입을 목표로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자여권 표지색이 청...
    Date2018.05.02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3. No Image

    비대해진 청와대…장관이 안보인다

    참모가 정책·인사권‘쥐락펴락’, 남북회담·개헌·수사권조정 등 굵직한 현안 부처 존재감 없고, 교육·쓰레기 등은 혼란만 키워 낮은 정부 선언한 청, 반대 흐름 책...
    Date2018.04.11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4.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 1심서 징역 24년·벌금 180억원

    박근혜 피고인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삼성 등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
    Date2018.04.05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5. '묵직한' 문재인, '과감한' 김정은…정상회담 케미 맞을까?

    문 대통령, 묵직하게 주변부터 설득…김 위원장, 반전·승부수 즐겨 靑 관계자 "바둑으로 치면 문 대통령은 이창호, 김 위원장은 유창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
    Date2018.03.28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6. 혐의 ‘산더미’…특가법 뇌물 유죄시 징역 10년 이상

    다스 ‘1인·가족회사’인 점은 횡령 인정되더라도 다소 유리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향후 기소돼 재판을 받을 경우 예상 형량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Date2018.03.21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7. MB의 추락…샐러리맨 신화→대통령→영어의 몸

    샐러리맨 신화에서 서울시장 거쳐 제17대 대통령까지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거쳐 대통령 자...
    Date2018.03.21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8. No Image

    구치소 들어간 MB… ‘머그샷’ 찍고 가슴엔 수용자번호

    23일 새벽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구치소 내에서 자신의 이름 대신 수용자(수인) 번호로 불리게 된다. 검찰은 법원이 이 전 대통령...
    Date2018.03.21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9. MB 이르면 이달 말 기소…수사진척·국가현안 고려 ‘속전속결’

    ‘올림픽·정상회담·지방선거’ 등 국가현안도 단계마다 고려요인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
    Date2018.03.15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0. “미투로 유명해지려 하나…” 동료 음악인 말에 충격

    연기 지도 등 명목으로 포장, ‘성개방이 예술’ 최면 걸기도 ‘당신은 잔다르크가 아냐.’ 가수 A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미투(#Me Too)’로 세상을 바...
    Date2018.03.14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1. 대한항공 오늘부터 미국행 승객 ‘보안인터뷰’

    인터뷰 인력 추가 배치  전용 체크인 카운터 운영   15일부터 대한항공을 이용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여행객들은 미국행 전용 체크인 카운터에서 체류기...
    Date2018.02.14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2. 평창의 성화가 타오른다…지구촌 ‘겨울대축제’ 개막

    92개국서 2천920명 선수 참가 ‘역대 최다’…북한 참가로 ‘평화올림픽’ 기대 태극전사, 금8·은4·동 8개로 종합 4위 목표 1948년 첫 참가 이후 70년 만에 동계올림픽...
    Date2018.02.07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3. No Image

    "귀국을 도와 드립니다"

    한국으로 귀국하고 싶어도 여러 사정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는 동포들을 발굴해 귀국을 돕는 한편 귀국 후에는 자립과 정착을 돕는 단체가 애틀랜타 지역에서 대상...
    Date2018.01.31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4. No Image

    한국인 해외서 1건당 600달러 이상 물품구매, 4월부터 관세청 실시간 통보

    미국 등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한 번에 600달러 이상 물품을 구매하거나 현금을 인출한 경우, 이 내역이 한국 관세청에 실시간 통보되도록 한 새로운 세법개정안이...
    Date2018.01.24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5.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 33명…사상자 더 늘어날 듯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화재가 발생,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져졌다. 현재 인명피해와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Date2018.01.24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6. 목회자 3~4명만 “한국 교회 신뢰받고 있다”

    “교회 상황 따라 세습 인정 가능”32%, “낙태 긍정적”26% “동성애 수용”5% 교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교인 증가세가 꺾이고 ...
    Date2018.01.17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7. No Image

    ‘2000년생 국적이탈 신고’준비 서두르세요

     3월말 마감기한 넘기면 병역의무 부과, 한국에 혼인신고·출생신고 안했을 경우 출생 당시 부모의 국적에 의해 자동적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이 된 미국 태생 한인 ...
    Date2017.12.27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8. No Image

    인천행 대한항공 승객 사망 러시아에 비상착륙

    워싱턴 DC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긴급환자가 발생해 여객기가 러시아 극동 도시 하바롭스크에 비상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
    Date2017.12.27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19. No Image

    인천공항 지연·결항 속출‘연말 항공대란’

    LA공항 7시간 발묶여“연휴 망쳤다”불만 지난 주말 한국 서해안과 내륙 일부에 짙은 안개가 끼면서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의 지연·결항이 이틀간 1천여편에...
    Date2017.12.27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20. No Image

    원·달러 환율 1,080원선 '위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0원선을 깨고 1,076원대에 마감했다. 한국시간 지난 달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6원 하락한 달러당 1,076....
    Date2017.11.30 Category한국뉴스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Next ›
/ 8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