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로 떴다', '욕설 논란' 배우 이태임(31)에겐 그동안 이 2개의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전자는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는데 적잖은 걸림돌이 됐고, 후자는 배우 인생에 치명적인 위협을 안겼다.
특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논란이 한창이었던 2년 전 만해도 그녀의 재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태임은 보란 듯이 일어섰다. 지난 8월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 출연해 항간의 우려를 딛고 당당히 재기에 성공한 것.
이태임은 극 중 불륜녀 윤성희로 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이 쏟아졌고, 그녀와 관련된 기사엔 '악플' 대신 '선플'로 댓글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줄곧 따라다니던 꼬리표를 연기력으로 단숨에 말끔히 떼어낸 것이다.
12월의 마지막 주 '밥한끼합시다' 코너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태임을 초대해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이태리 음식점에서 만난 그녀는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된 2017년을 돌이키며 "매년 이렇게만 됐으면 좋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대박'이었죠. 정말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이젠 2년 전의 아픔도 웃으면서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대화가 제법 길어졌다.
-'비행소녀'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한 분이라도 더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죠. 그런 부분이 저에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동안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요.
-대중과 거리가 좀 멀다고 생각해요?
▶네. 전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섹시한 이미지가 커서요. 약간 도도하고 도회적인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친밀감을 갖지 않더라고요. 팬들은 있을지 몰라도, 편안한 이미지의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실제 성격이 도도하거나 차갑지 않은가 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허당기가 많고, 백치미도 있고, 뭔가 모자란 모습이 많거든요.
-'비행소녀' 덕분에 태임 씨를 향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진 것 같아요?
▶예전엔 전부 다 '악플'이었는데, 이젠 '선플'이 많이 달려요. 응원해주시는 분도 생기고요.
-'비행소녀'는 비혼 여성의 일상을 담는 프로그램인데, 실제 비혼주의자인가요?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하하. 아직까지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난 독신이야. 비혼의 삶을 즐길거야'는 아니고요. 전 얼마든지 열려 있어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갈 수 있지만, 지금은 일이 주는 행복감이 커서요. 결혼 생각은 아직 안 드는 것 같아요.
-마흔까지는 일 하고 싶다고요. 일과 결혼 생활을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요.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 있으면 갈 준비는 돼 있어요. 결혼에 대한 마지노선은 마흔까지 두고 있어요. 하하.
-'비행소녀'에서 '집순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 거의 집에만 계세요?
▶네. 일하는 거 아니면 항상 집에 있어요.
-원래 예전부터 성향이 그랬어요?
▶아니요. 항상 밖에 돌아다녔어요. 연예인이 되고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지니까 저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하더라고요. 밖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졌다고 할까요? 술자리도 거의 안 나가는 편이에요. 지금은 술 아예 입에도 안 대요. 점점 건전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하하.
-건전한 게 좋죠? 하하.
▶네. 이런 생활하니까 너무 좋아요. 아침 일찍 규칙적으로 깨요. 옛날엔 오후 1시까지 늘어져서 잤는데, 지금은 10시 되면 딱딱 일어나요. 이런 생활을 한 지 5년 정도 됐어요.
-집순이 생활 5년… 데뷔하고 나서 중간 즈음부터 그랬군요.
▶점점 얼굴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활동 반경도 줄어든 것 같아요.
-얼마나 오랫동안 밖에 안 나가고, 집에 머물러 봤어요?
▶1달이요. 그땐 생필품도 대형 마트를 통해 다 배송 주문해서 썼어요. 정말 집에서 꼼짝 안 했어요.
-아무도 안 만났어요?
▶집에 가족들 있었죠. 그때는 같이 살았을 때라 걱정은 안 했어요.
-후유증은 전혀 없어요?
▶전혀 없어요. 출소하는 기분은 들죠. 하하.
-'비행소녀'에서 동생이 태임 씨의 예전 모습이 그립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어땠어요?
▶정말 친구가 많았고 활발했고 활동적이었어요. 친구들 만나느라 집에 있을 시간이 없었어요. 항상 약속이 있고, 항상 밖에 돌아다녔어요.
-바뀐 계기가 언제쯤이었어요?
▶25~26살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뭔가 이름이 알려지면서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다가오더라고요. 그렇게 활동반경이 점점 줄어들면서 정말 친한 친구들 만날 때만 만나게 되더라고요.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 다소 안타깝기도 할 것 같아요.
▶전 차라리 연예인 된 게 잘 됐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지금도 맨날 술 마시고 돌아다니고 막 그랬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일하면서 느끼는 희열로 다 보상받는 느낌이라서 아쉽진 않아요.
-술을 얼마만큼 마시고 다녔어요?
▶많이 마셨어요. 아침까지요. 하하. 지금은 아예 안 마셔요. 차라리 커피를 마시죠.
-데뷔한 지 10년, 이룬 성과가 없다고 하시던데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연기 최우수상을 받아야지 생각이 강했어요. 연기에 대한 상의 기준을 그렇게 잡았어요. 그동안 받은 다른 상도 크긴 한데, 연기에 대한 상은 아니었으니까요. 연기적으로 인정받은 부분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연기파 배우로 좀 더 각인되고 싶다?
▶(이)채영 씨가 말했듯이 '섹시한 이미지 3년 간다'고 하거든요. 제가 언제까지 섹시하겠어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연기력으로 더 보여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저를 불러주시지 않을까요. 어느 순간 '이제 연기 밖에는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 욕심을 더 내기 시작했죠.
-차기작은 들어오고 있어요?
▶네.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 보니까요.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영화도 했었잖아요. 최근작이 '황제를 위하여'죠?
▶네. 이제 벗는 건 안 하려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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