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소재 한인은행에 근무하는 20대 한인여성 A모(28)씨는 지난해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사건은 평범한 근무 시간 중에 일어났다.
바지를 입던 A씨가 마침 그날 짧은 치마에 스타킹을 신었던 게 화근이었다. 당시 A씨와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남자 상사가 A씨에게 다가오더니 ‘뭘 이런 걸 입었느냐’며 음흉한 미소와 함께 허벅지 부위 스타킹을 잡아 당겼다가 확 놓은 것. 당황스러웠지만 상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쳤고, 그 날 이후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뉴저지의 한 한인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는 B씨는 직장상사가 던지는 불쾌한 농담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케이스. B씨는 여성 직장상사가 지난 수 개월간 B씨의 패션을 지적하는 통에 회사 가기가 겁날 정도다.
이 직장상사는 B씨가 입는 옷이 늘 촌스러워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고 수시로 말하거나 지방 출신이냐는 식의 지역차별적인 질문을 하고, 심지어는 ‘남자친구가 없어서 그렇다’는 등의 개인사생활이 언급되는 민감하고, 위험한 농담을 한다. 하지만 괜히 ‘속 좁은’ 사람으로 비춰질까 화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직장 내 성추행 피해나 ‘도가 지나친 농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한인이 많아지면서 연방평등고용위원회(EEOC) 제소나 직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해고나 차별 등 향후 추가 피해를 우려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피해자의 숫자는 수면 위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추행이나 심한 농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행동 자체가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직장 상사가 가해자인 경우 피해자는 향후 파장을 우려해 화를 내거나, 정색을 하는 대신 웃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이 반복이 되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계 지상사의 경우 한국출신 상사의 제왕적 권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홍균 변호사는 “대부분의 한인 상사들은 자신의 행동을 가볍게 받아들일 뿐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소송을 당하면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듣는 사람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해서 말을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관련 케이스를 맡고 있다는 한인 변호사는 “회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예방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런 활동이 없을 경우 회사도 피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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