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대치 극단 치닫나
위협의 악순환 상황 우려
8일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을 향해 군사적 위협성 강성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으로 직격탄을 날리자, 북한이 미사일로 미국령 괌을 선제공격하겠다며 사실상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등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위협의 악순환 상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계속해서 미국을 위협할 경우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북한 매체가 걸핏하면 내놓는 ‘불바다’ 발언에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평가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역사상 유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명백히 핵공격을 암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것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언어”라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향해 내놨던 위협을 명백히 따라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북한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을 맞받아치면서 ‘말의 전쟁’에 불이 붙은 격이 됐다.
이에 대해 북한의 호전적인 언어 표현과 과장된 위협은 사실 상투적인 문구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미국의 대통령이 같은 식으로 맞대응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서로 모순되는 강경론과 대화론이 엇갈리며 대북 정책 혼선을 노출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예측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계산 착오’의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조건부 대화’ 언급 하루 뒤에 나왔다.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 비확산 선임국장은 가디언에 “김정은은 편집증 환자”라며 “만약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선취공격과 계산착오를 할 위험이 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멘트는 그가 아마도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진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며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극단적인 조치가 불안정한 지역 정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가에서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도높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 중진인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한반도 상황은 이미 충분히 불안정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코멘트는 이런 상황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외교가 유일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적었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도 피닉스 KTAR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지도자는 행동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적을 협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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